[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돌부처는 300세이브라서 웃은 게 아니다
작성자
sajwndfl
작성일
2021-04-27 12:34
조회
734
전인미답 기록 또 작성한 오승환
마무리 투수 위상과 인식 바꿔놔
오랜만의 무실점 덕에 웃음 보여
전설이면서 전설 아닌 현역 투수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옛 홈구장이다. ‘삼성 왕조’가 시작되고 꽃피웠던 그곳에서 오승환(39·삼성)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시절 삼성이 승리하는 데는 그리 많은 점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슬아슬하게 앞서도, 삼성 불펜에 등 번호 21번 투수가 나타나면 경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삼성의 마지막 수비를 앞두고 그가 마운드에 오를 채비하면, 대구구장엔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수업이 다 끝나고 종례할 때 온 학교에 울려 퍼지던 바로 그 종소리. ‘이제 오승환이 나오고, 경기가 곧 끝날 테니, 집에 갈 채비하라’는 메시지였다. 그 음악은 홈 관중을 전율케 했고, 상대 팀 선수의 기운을 빼앗았다. 웅장한 박수 소리와 함께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삼성 팬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노래했다. ‘오승환 세이브 어스’라고.
오승환은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마무리 투수다. 이 명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 최다 연속경기 세이브(28), 통산 최다 세이브(300) 기록의 보유자다. 실제 마운드에서 위압감도 역대 최강이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이듬해 곧바로 삼성의 소방수 자리를 꿰찼다. 2006~08년, 11~12년 등 다섯 차례 구원왕에 올랐다. 9시즌만 뛰고 해외에 진출했는데도, 통산 277세이브라는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한 시즌 평균 31세이브의 가공할 수치다. 그 후 6년(2014~19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톱 클래스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한국보다 한 수 위인 두 리그도 ‘클로저’ 오승환의 능력을 인정했다. 거액의 몸값과 톱 클래스 대우로 그를 맞았다.
마무리 투수는 어려운 자리다. 그들에게는 ‘다음 투수’가 없다. 이 순간, 그가 못 막으면 팀은 진다. 불펜 투수 중 가장 외롭고 중압감에 시달린다.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수많은 투수가 그 자리를 맡았지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오승환은 커리어의 대부분을 그 일로 버텼다. 승리를 ‘만드는’ 선발 투수만큼이나 승리를 ‘지키는’ 마무리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입증했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존재다. 한국 프로야구는 2003년까지 세이브가 아닌 ‘세이브 포인트’(세이브+구원승)로 구원왕을 시상했다.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는 전문 마무리 투수가 많지 않아서다. 배짱 좋고 빠른 공을 가진 신인 투수는 불펜이 아닌 선발로 키우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2005년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오승환은 2년 차부터 본격적으로 소방수 임무를 맡았다. 해를 거듭하며 더 강해졌다. 뒷문을 걸어 잠근 삼성은 오승환과 함께한 9년 중 6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5번 우승했다. ‘선발 투수가 최고’라는 해묵은 인식을 오승환이 깨뜨렸다.
오승환 별명은 ‘돌부처’다. 마운드에서 감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슬쩍 미소라도 지으면 팬들은 “오승환이 박장대소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런 그가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끝난 뒤 슬쩍 웃음 지었다. 삼성의 3-2 승리를 지켜내고 KBO리그 통산 300번째 세이브를 올린 그 순간에 말이다.
전인미답의 대기록이 뿌듯해서 웃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승환은 경기 후 “최근 등판했다가 실점한 경기가 많았다. 오랜만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서, 그게 다행이라 웃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전설’이 아닌, ‘현역 투수’ 오승환 대답은 그랬다.
자랑스러운 300세이브도 오승환에게는 고개 돌려 바라봐야 할 과거다. 301번째, 302번째, 그 뒤로 이어질 세이브는 쉽지 않은 과제다. 마흔을 앞둔 노장 투수에게는 또 다른 미래의 도전이다. 1982년생 동기 여럿이 은퇴한 올해, 그는 여전히 삼성의 마무리 투수로 공을 던진다. 오승환은 전설인 동시에 아직은 전설이 아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듯 아직은 ‘강한 투수’다.
로얄카지노 배영은 야구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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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마무리 투수다. 이 명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 최다 연속경기 세이브(28), 통산 최다 세이브(300) 기록의 보유자다. 실제 마운드에서 위압감도 역대 최강이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이듬해 곧바로 삼성의 소방수 자리를 꿰찼다. 2006~08년, 11~12년 등 다섯 차례 구원왕에 올랐다. 9시즌만 뛰고 해외에 진출했는데도, 통산 277세이브라는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한 시즌 평균 31세이브의 가공할 수치다. 그 후 6년(2014~19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톱 클래스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한국보다 한 수 위인 두 리그도 ‘클로저’ 오승환의 능력을 인정했다. 거액의 몸값과 톱 클래스 대우로 그를 맞았다.
마무리 투수는 어려운 자리다. 그들에게는 ‘다음 투수’가 없다. 이 순간, 그가 못 막으면 팀은 진다. 불펜 투수 중 가장 외롭고 중압감에 시달린다.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수많은 투수가 그 자리를 맡았지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오승환은 커리어의 대부분을 그 일로 버텼다. 승리를 ‘만드는’ 선발 투수만큼이나 승리를 ‘지키는’ 마무리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입증했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존재다. 한국 프로야구는 2003년까지 세이브가 아닌 ‘세이브 포인트’(세이브+구원승)로 구원왕을 시상했다.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는 전문 마무리 투수가 많지 않아서다. 배짱 좋고 빠른 공을 가진 신인 투수는 불펜이 아닌 선발로 키우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2005년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오승환은 2년 차부터 본격적으로 소방수 임무를 맡았다. 해를 거듭하며 더 강해졌다. 뒷문을 걸어 잠근 삼성은 오승환과 함께한 9년 중 6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5번 우승했다. ‘선발 투수가 최고’라는 해묵은 인식을 오승환이 깨뜨렸다.
오승환 별명은 ‘돌부처’다. 마운드에서 감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슬쩍 미소라도 지으면 팬들은 “오승환이 박장대소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런 그가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끝난 뒤 슬쩍 웃음 지었다. 삼성의 3-2 승리를 지켜내고 KBO리그 통산 300번째 세이브를 올린 그 순간에 말이다.
전인미답의 대기록이 뿌듯해서 웃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승환은 경기 후 “최근 등판했다가 실점한 경기가 많았다. 오랜만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서, 그게 다행이라 웃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전설’이 아닌, ‘현역 투수’ 오승환 대답은 그랬다.
자랑스러운 300세이브도 오승환에게는 고개 돌려 바라봐야 할 과거다. 301번째, 302번째, 그 뒤로 이어질 세이브는 쉽지 않은 과제다. 마흔을 앞둔 노장 투수에게는 또 다른 미래의 도전이다. 1982년생 동기 여럿이 은퇴한 올해, 그는 여전히 삼성의 마무리 투수로 공을 던진다. 오승환은 전설인 동시에 아직은 전설이 아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듯 아직은 ‘강한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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